closer- 사랑에 관한 냉소. 그리고 버릴수 없는 희망.

이 영화를 3번을 보았다.
3번을 보는 동안, 제대로 본 것이 이번 한번 뿐인듯 싶다.
이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본다는건, 아마도 이별을 앞둔 커플에게나 가능한 일일것이다. 사랑에 관한 달콤함도, 아련함도, 추억도 없다. 가장 냉소적이고, 가장 씁쓸하며, 그러면서도 사랑을 할 수 밖에 없는 가련한 인간에 관한, 그리고 진실은 이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이기적인 현대인의 사랑만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포스터에서 보여주듯, 사랑에 빠져있었것이 분명한 그들의 표정은 어느 누구도,  사랑에 빠져 있는것 같지 않다. 감정이 없는, 반쪽짜리 모습일 뿐.


무수히 많은 사람들 속에서 서로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댄과 알리스.
그 숱한 낯선 사람들 속에서 둘은 서로를 알아보고, 순간적인 사랑을 느낀다.
마치 운명처럼.
운명처럼 마주친 그들이 나눈 첫 인사는 "hello, stranger?"
영화의 제목과는 반대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그 사람은 바로 closer 가 아닌 stranger일 수밖에.
낯선 타인과의 시선속에 모둔것이 멈춘듯한 그 화면과 흘러나오는 음악에서 느껴지는 쓸쓸한
그러나 어쩔수 없는 사랑. 그들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우리는 흔히 운명같은 사랑을 믿는다. 생에 한번쯤 찾아오는 그 운명. 그 운명에 모든것을 맡기고 두려움도 없이 시작하는 알리스와 같은 그 사랑을.

I can't take my eyes off of you
I can't take my eyes off you

그러나 그 운명같은 사랑은 댄이 안나를 만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알리스의 삶을 소재로 한 소설을 써서 작가로 데뷔한 댄. 댄은 천사와도 같이 사랑스러운 알리스를 두고, 안나의 사진속에 얼굴을 최대한 가까이 들어오는 장면을 통해 암시하듯, 그녀의 삶 속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사랑에 관한 의무감은 잊은채, 순간적인 감정에 최대한 충실한 캐릭터인 댄. 그는 철이 덜 든 사춘기 소년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사랑은 순간의 선택일 뿐이야. 그걸 거부할 순간이 충분히 있었다고"라는 알리스의 말처럼, 댄에게도, 안나에게도 그것을 거부할 순간은 있었다. 그들이 거부하지 않았을 뿐.

And so it is
Just like you said it would be
Life goes easy on me
Most of the time
And so it is
The shorter story
No love, no glory
No hero in her sky


I can't take my eyes off of you
I can't take my eyes off you
I can't take my eyes off you
I can't take my eyes...

댄은, 알리스를 향한 마음이 사랑이라고 한다. 그리고 또 운명같은 사랑을 하게된 안나와의 사랑도 진심이라고 한다. 그 마음과 그 마음은 다른것이라고.......

의사라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직업"을 가진 래리. 사람을 살린다는 숭고한 직업을 가진, 사회적을 성공한 중산층이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의료행위가 인간을 치료한다는 목적보다는 돈벌이에 훌륭한 수단이기 때문에 하게 되는 뒤틀어진 군상들처럼 자신의 감정과 행동, 소유만이 중요하다. 래리에게 댄과의 사랑을 털어놓는 안나. 래리는 안나를 사랑하면서도, 안나의 배신에 마음아파 하면서도, 변하게 된 안나의 마음보다는 댄과 "잤느냐"는 사실이, 그리고 "어디서, 어떻게 어떤 체위로 잤느냐"는 사실이 훨씬 더 중요했다. 마음이 아팠다. 안나와 다시 시작하기로 한 댄 조차도, 이혼을 하기 위해, 래리를 측은하게 여겨 한순간 잠을 잔, "자신을 기만한" 안나를 용서하지 못했고, 그 사실을 캐물으면서 안나와 헤어지게 된다. 이혼녀였던 안나나, 스트리퍼였던 알리스나, 중요한건 자신을 만나고 있던 시점에서의 타인과의 성행위의 유무일뿐이다. 사랑에 관한 진실은 어디에도 없다. 래리에게 사랑은, 안나에 대한 육체적인 소유일 뿐이고, 그 집착에서 나오는 냉소적인 표정과 말은 볼때 마다 느낌이 새롭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안타까운 인물은 안나다. 크게 두드러지지도, 크게 부족하지도 않게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 줄리아 로버츠의 우울한 얼굴은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리를 아프게 하였다. 알리스가 있는 댄에게 마음을 열면 안된다는 강한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댄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리고 결국 댄에게 마음이 있으면서도, 결혼은 래리와 한다. 댄과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고 나서도, 자신의 몸에 끈질긴 집착을 보이는 래리와 자고, 또 그 일로 댄과 헤어진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어떠한 주관도 없이 겁에 질려 모든일을 끌려다닌다. 

그녀는 "stranger"를 찍는 사진작가다. 타인의 슬픔을 아름답게 사진에 담아낸다. 그러나 또 우리는 그 미화된 장면에 열광하는 사기극의 또 다른 관객들일 뿐이다. "closer"로 점프할 수 있는 사람도 역시 "낯선사람"일 뿐이고. 영화에서 시간이 점프하듯, 네 명의 사람들은 때때로 "stranger"- "closer" 사이를 점프한다. 한순간의 연인이 한순간의 타인이 되듯이. 


가장 생각없이- 자신의 행동에서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또 가장 감정에 충실한 캐릭터 댄. 안나가 떠나간 후에 괴로워하던 댄은  다시 알리스를 찾아가고, 댄을 받아들인 알리스에게 "래리와 잤느냐"는 사실을 캐묻다가 알리스 조차 떠나보내게 된다. "알콜중독자는 풍류를 즐겼다-고 쓰지"라던 댄. 객관적인 사실을 아름답게 미화하는 직업을 갖는 부고 담당기자였던 댄은, 왜....... 꼭 알 필요가 없는 진실을 그렇게 알고 싶어 했던걸까. 댄도, 래리도. 무엇을 위해서 과연. 

가장 진실해 보이는, 가장 희생자로 보이는 알리스. 사랑을 위해서 모든것을 버리고 댄과의 사랑을 시작했고, 댄과 안나의 관계를 알면서도 댄을 사랑햇고, 또 다시 댄과의 사랑이 힘들어진 순간 미국으로 돌아간 알리스... 그러나 엔딩장면에서 보여지듯, 댄을 사랑한건 제인존스 그녀 자신이 아니었고, 사랑의 배신에 괴로워하던 그녀도 그녀가 만들어낸 알리스 였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녀는 과연 댄을 진정으로 사랑한 것일까? 4년이라는 시간동안, 동화나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낭만적인, 희생적인 사랑을 했던 그녀는 과연? 사랑을 한것도 상처를 받은것도 그녀 자신은 아니었으므로.

누가 누구를 가장 사랑한것일까. 누가 누구를 진심으로 사랑한 걸까.  

흘러나오는 음악에서 말하듯-다른 사람을 사랑할때 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 다른 사랑을 하고, 또 선택을 하고, 또 아파할 것이다.
그리고 그 운명에 때론 괴로워하고 때론 행복해하겠지.

And so it is
Just like you said it should be
We'll both forget the breeze
Most of the time
And so it is
The colder water
The blower's daughter
The pupil in denial

I can't take my eyes off of you
I can't take my eyes off you
I can't take my eyes off of you
I can't take my eyes off you
I can't take my eyes off you
I can't take my eyes...

Did I say that I loathe you?
Did I say that I want to
Leave it all behind?

I can't take my mind off of you
I can't take my mind off you
I can't take my mind off of you
I can't take my mind off you
I can't take my mind off you
I can't take my mind...
My mind...my mind...
'Til I find somebody new

by 깡지 | 2009/08/22 21:35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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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8/24 19:5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깡지 at 2009/08/29 12:49
올해 최고로 머리가 터지기 직전이에요. 사람이 살면서 생애 한두번 겪을 법한일들은 너무 많이 겪어서...
잘 지내시죠? 가끔 블로그에 로긴하면 늘상 들어가 보곤 하는데....
님도 좋은 가을 되시길 바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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