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3월 14일
l'air de temp - 시향기(classic한것들~)
겨울동안 어딘가를 다녀올 일이 생겨서 짐을 싸다보니, 여름의 짐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양이 많은거다.
옷 몇벌만 넣어도 캐리어가 꽉찬것이 힘들다 생각이 들다가, 문득, 거울옆에 굴러다니는 향수들을 넣어보자는 생각이 들어 있는것을 죄다 끌어 모았다. 대학교 때는 시, 사랑, 그리고 향수에 미쳐 있었다. 나와 똑같은 성향의 친구를 만나서 향수를 사 모으고 그리고 차를 마시면서 우리 둘이 돈모아서 건물을 하나 사고, 1층에 펴퓸샵을 내고 2층에 카페를 하나 내서 같이 해보자고 농담처럼 말하곤 했다. 이젠 모........ 그런것엔 별 관심도 없어지고, 남은 것은 현실에 대한 고민.
그렇게 향수들을 고민하다 그냥 문득 시향기를 적어 보고 싶어졌다.
1. 레르뒤땅 l'air de temp 제일 처음에 좋아진? 향수. "레르뒤땅" 이렇게 읽힌다. 샤넬의 No.5와 함께 몇초마다 한병씩 팔리는 고전적인 향수니 아는 사람이 많겠지만, 의외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향수도 트렌드에 민감해서 요즘엔 그닥 찾는 사람들이 없는듯.
ㅡ리스탈 병위에 사뿐히 올라앉은 두마리의 비둘기가 꼭 챙넓은 모자를 쓴 정숙한 여인의 실루엣으로 보이는건 내 착각인가? 레르뒤땅은 시간의 향기라는 뜻이다. 향수가 시간이 지나면서 향이 변화되는 것들이 있는데, 이건 정말 보송보송 샤워마친 후의 상ㅙ함이 담긴 비누향이다. 그리고 쭉 그 향기가 지속된다. 내가 꼽는 최고의 비누향. 젤 많이 샀던 향수다. 지금은 다 떨어졌지만, 있는 향수들에 치여 못사고 있는 향수. 사계절 내내 뿌려도 괜찮을 듯한 향수이다.
2. 5번가 (fifth avenue)
화려하고 부유한, 고급스러운 뉴욕 5번가의 느낌을 담았다는데 나에겐 오히려 신선한 라일락향같은 느낌이다. 뿌릴때마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깨끗한 소녀가 떠오른다. 그래서 난 이 향수를 청순한 첫사랑의 느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향이 텁텁하거나 강하지 않아서 퍼퓸인데도 자꾸 뿌리게 되는 안타까움이 있지만, 그래도 완소아이템중 하나.
3.쁘아종(poison)
포이즌의 프랑스식 발음이 쁘아종이란다. 불어를 배웠지만, 발로 배웠는지 어찌 불어는 할수 있는 문장이 하나는 되려나 몰라. 것도 쓸수는 없다 ㅋ 향이 상당히 독하지만, 그만큼 임팩트가 강하다. 검은 머리와 깊은 눈매를 한 도도한 여인이 떠오른다. 흰 얼굴에 빨간 입술. 뱀파이어 같은 치명적인 아름다움의 관능미가 함께 풍긴다. 그래서인지...이 향수를 뿌리고 가면 다들 한마디는 한다. 쫗아서인지 싫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나 향수 뿌렸어요" 확실하게 광고해주는 효과가 난다.
땅뜨르 쁘아종, 이프노틱 쁘아종, 미드나잇쁘아종, 퓨어쁘와종 등 변종들이 아주 많이 나왔지만.. 나에게 이 쁘와종은 오리지널이 최고다.
4. 미라클
미라클 -분홍색의 병과 이름에서 마법을 부릴듯한 그런 향수다. 퍼퓸이라 오래갈것 같은데 생각보다 지속력이 좋지는 않고, 진하고 독한 느낌이 아니어서 어느때나 상관없이 뿌린다. 장미향이라지만, 상쾌한 느낌이 강해서 신선한 초여름의 향기? 와 이른 새벽의 차가운 공기의 느낌을 갖는 향수다. 향수를 뿌리다보면 그사람의 체취와 섞여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향수들이 있는데 미라클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누가뿌려도, 언제 뿌려도 그 고유한 향이 지속된다. 그래도, 정말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뿌릴수 있을 듯한 세련된 향이다.
파우더리한 향
5. 옴브레 로즈(OMBRE ROSE)
예전에 출시되어 좋아하던 향수였는데 한동안 수입이 되지 않았다. 지금도 팔리고 있는것을 보면 예전것과 같은지 아닌지 헷갈린다. 장미향이라고 분류되지만, 장미향이 아닌, 완전한 파우더향이다. 이것도 꽤나 고전적인 느낌인데 어린시절 엄마의 화장대에서 놀다가 희미하게 느껴지는 엄마의 분향기- 이런 느낌이다. 나는 이 향수를 꽤나 좋아해서 구해보려고 무지 노력했었는데, 그러다 산 것이 "움브레 로즈 프레시" 근데 이건 정말 아니었다. 움브레로즈를 현대적으로 해석했다는데, 마릴린 몬로를 자청한 젊은 신세대 배우가 신비한 이미지는 없어진 채 천박한 색기만 남은 그런 느낌이다. 파우더리한 따듯함이 없이 그냥 화장품 냄새같다.
움브레로즈는 대신 파우더향이 아주 강한 편이라 오드 뚜왈렛이라고 해도 한방울이면 은은한 파우더 향이 온몸을 감싼다. 그러나 여름에 잘못 뿌리면 욕먹을 수 있다. 사알짝 베이비 파우더 향같은 느김도 난다.
6. 쁘띠에 마망
사실 파우더 향의 대표적인 향수가 된지 오래인데, 쁘띠에 마망은 말 그대로 엄마와 아기 모두뿌릴 수 있을만큼 자극없는 성분과 향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30ml밖에 안되는 조그만 병을 (것도 오드 뚜왈렛이다!--;) 5만원이란 거금을 주고 사게 되었는데,
뚜왈렛 같지 않게 지속성이 정말 놀랍다. 어떤 다른 사람들은 향이 너무 쉽게 날라가서 뿌린지 안뿌린지 알 수 없다고 하는데, 난 이상하게 파우더리한 향을 뿌리면 아침에 쪼금 찍은 것이 저녁때까지 나게 되어 놀란 적이 많다. 베이비 파우더의 향인데, 아주 따스한 느낌이다. 움브레 로즈가 오묘하게 섞인 성인 여자의 화장품 분이라면 쁘띠에 마망은 아가들 목욕후에 발라주는 순백색의 보송보송한 파우더의 향이다. 그래도 이 향도 파우더리한 느낌이라 더운날 뿌리면 욕먹는다.
7. 쁘띠상봉
지방시의 쁘띠상봉은 파우더향이라고 되어 있지만, 파우더향보다는 레몬향이 더 강하다. 레몬향도 종류가 많은데, 톡 쏘는 레몬이 아니라, 밀크가 섞인 부드러운 레몬이랄까? 그렇지만, 제일 가볍다. 파우더리한 느낌은 첫향에서 살짝 후 베이스에서 살짝. 전체적인 바디의 느낌은 부드러운 레몬향. 아가가 먹어도 시다고 인상을 찌푸리지 않을 듯한 부드러운 레몬향이다. 흰색과 파스텔하늘색의 패키지도 참 예쁘다. 나이 먹은, 성숙한 아가씨가 뿌리기엔 좀 부담이 되지만, 10대의 소녀가 뿌려도 될 만큼 상큼한 향이다.
8. 베이비로즈진
베르사체의 진 시리즈는 요즘엔 인기도, 인지도도 없지만, 난 그 시리즈를 거의다 사용했을 만큼 상큼하다. 그중에 베이비 로즈진은 파우더 향이지만 향을 처음 맡는 순간, 아! 하고 탄성이 터진다. 어렸을 때 사탕가게에 들어갔던 기억이 있을까? 빨강, 노랑, 주홍, 색색의 사탕들이 뿜어내는 오묘한 달콤한 향기. 크리스마스날 즐겁고 들들 분위기에서 엄마손을 잡고 들어간 사탕가게에서의 달콤한 기억. 그 추억에서 느껴지는듯한 정말정말 달콤한 향기다. 파우더향은 아주아주아주 미묘하지만, 아주 살짝, 사탕에 뭍혀진 흰색의 슈거파우더.
사실 이 글을 처음 쓴것은 1월이었는데, 3월이 되어도 다 완성을 못했다. 귀찮아서 사진도 다 패스하고.
요즘엔 향수도 선물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내돈 주고 내가 사지 않으니, 종류는 많지만, 애착의 정도는 조금 덜하다. (하긴 누구에게 받았느냐가 중요하긴 하겠지만. ^^;;) 너무 간만이라 부실한 블로그짓도 피곤하다. ^^
# by | 2009/03/14 13:33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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