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성과 비합리성-다이모니온과 소크라테스

우리는 흔히 서양 문화를 이야기할때 그 근간으로서 히브리즘 문화-기독교적 세계관-과 헬레니즘 문화-그리스문화-로 상정하는데 별로 주저함이 없다. 기독교 문화는 종교적인 차원이기 때문에 비합리성이 특징이라면 헬레니즘 문화는 합리성을 특징으로 삼고 있고, 또 그 합리성을 대표하는 인물로 여러 자연철학자들과 더불어 소크라테스를 꼽는다. 그런데 이성철학을 대표하는 학자인 소크라테스가  누구보다도 비합리적인, 비이성적인 사고를 했다면 어떨까?


1. 진리 탐구의 도구로서의 다이모니온

얼마전 알게된 소크라테의 죽음과 다이모니온은 그런 점에서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어원상 살펴 보았을때 Daimon은 "전달자 신"을 뜻하며, -ion은 "그가 전한 것"을 뜻한다. 즉 다이모니온(Daimoion)이란 신과 인간사이의 전달적인 매개체 정도-신의 전언-로 해석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어렸을 때부터 이 다이모니온의 소리를 듣게 되었는데, 이것은 소크라테스가 무언가를 하지 말아야 할때 그의 행동을 제지하는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최고의 이성, 최고의 철학자의 행동에 밑바탕이 되는 것이 신의 소리라면 참으로 아이러니 할 수 밖에 없다. 다이모니온에 따르는 그의 모습은 그의 최후 독배를 마시는 과정에 매우 뚜렷하게 나타나 있다. 일반적으로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관련하여 국법에 복종/불복하는 그의 행동엔 모순점이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희랍의 문화를 이성철학으로 고착해 버린 상태에서 그의 다이모니온 조차 찰학적 사변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의 언행을 보면 그의 행동은 철학적이기 보다 종교적이다. 변론을 보면, 그는 "신이 저(= 소크라테스)로 하여금 아테네에 머물게 하였다"하였으며, "자신의 영혼(Psyche)이 최선의 상태가 되록 마음쓰도록" 하였다고 한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 그의 다이모니온은 유년시절 부터 나타난 것으로, 그가 철학을 하기 이전상태에서도 존재헸던 것이다.

한편 다이모니온이 양심의 소리라는 일부의 주장과는 달리,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있기 전 시실리 원전에 나가서는 안된다는 다이모니온이 있었다는 플루타르코스의 기록은 양심의 소리라기 보다는 예언을 하는 신의 소리라는 편이 더 설득적이다. 이는 아테네 법정에 소크라테스가  멜레토스에게 고발당한 내용을 보아도 명백해 진다. 멜레토스는 그가 아테네 기존의 신이 아닌, 다이몬이라는 새로운 신을 믿었다고 고발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 진리탐구의 도구로써 이성을 중시하는 소크라테스가 다이모니온이라는 것을 따르는 것은 모순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파이돈에서 말하듯 그 자신의 철학의 목표는 "신들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즉 철학을 통해 이르고자 한 것은 "신의 세계"이며, 이성보다 더 높은 차원의 진리에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2. 아테네 국법에 관한 소크라테스의 견해

소크라테스에게 사형판결이 내려졌다. (여담으로 아테네에서는 고발을 당하면 재판당일 죄의 유무를 가리게 되고 유죄판결이 나면 바로 그날 형량을 결정한다. 소크라테스가 고발당할 당시 그의 나이가 70이었기 때문에, 유죄판결이 난 직후에도 인간적인 선처를 요구한다거나, 부자인친구 크리톤의 도움으로 벌금을 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본인의 죄가 없음을 끝내 주장하였고, 그것이 배심원단의 심기를 건드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말이 있다. ) 굽히지 않고 죄가 없음을 주장하였던 소크라테스는, 크리톤을 비롯한 그의 친구들이 탈옥을 권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불합리하게 내려진 결정에 따르려고 하였다. 아테네 법률과 그 법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생각을 <크리톤>을 통해 알아보자.

크리톤의 후반부에서는 소크라테스와 의인화된 국법(아네네법)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아테네의 국법은 소크라테스가 70평생 아테네를 떠나지 않은 사실은 아테네의 법을 지키겠다고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사회계약론적으로 그가'악법도 지켜야한다'는 입장이 아니라, 아테네의 법률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정치를 할 수 있는 훌륭한 법이었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설령 탈옥하여 다른 나라로 간다고해도 훌륭한 대화들-소크라테스에게 찰학을 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을  접할 수 없기 때문에 아무 소용이 없다고 밝힌다. 즉 그가 지키고자 했던 법은 표현과 사상의 자유가 있는 아테네의 법이었지, 독재정과 같은 곳에서 행해지는 악법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궤변론적으로 들릴수 있으나, 좋은법이라도 그것을 행하는 인간들에 의해서는 옳지 못하게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3. 옳고 그름의 전문가

탈옥을 권유하는 크리톤에게 다수의 의견보다 중요한 것은 진리 그 자체이며, '옳고 그름의 전문가'의 말을 따라야 한다고 하였다.
부정한 짓을 하는것은 옳은가하는 너무나도 당연한 질문을 던지고 난 후, 그는 부정한 짓을 당하였다고 해서 앙갚음으로 부정한 짓을 해서도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옳고 그름의 전문가는 무엇일까? 앞서 미루어 보아 옳고그름의 전문가는 인간이 아니라 신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학자 블라스토스는 소크라테스가 신들에 관한 지식을 초이성과 이성이라는 전혀 다른 인식체계를 사용한다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맥퍼런의 말을 빌자면, 소크라테스의 다이모니온이란 이성과 전혀 다른 인식체계가 아니며, 이성을 이끌어 내는 근원이라고 하였다. 즉 이성이 다이모니온에 종속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변론과 크리톤에서 소크라테스의 언행에는 모순이 있다고 전통적 학자들 사이에서 여겨져 왔다. 변론에서는 신의 뜻을 따르겠다고 하여지만, 크리톤을 결과론적으로  해석하면 법을 따른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신의명령, 즉 다이모니온을 따른 것이다. 겉으로는 법을 따른 것이지만, 실제로는 법을 따르라는 다이모니온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철학은 아테네의 민주정 하에서만 가능한 일이었으며, 그러한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는 아테네의 민주정은 현실세계에 존재할 수 있는 최고의 법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법을 따르라는 신의 명에  따른 그의 행동은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겠다.

by 깡지 | 2009/01/21 22:35 | 뻘짓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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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베리배드씽 at 2009/01/21 23:40
예전에 <종교에서 철학으로>라는 철학 수업을 들었을 때 '다이몬'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때 종교에 반발하여 나온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서양 철학이 상당 기간 종교적인 관점을 견지해왔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었어요. 소크라테스 또한 그 자장안에 있었다니, 신선하네요. 합리주의의 대표주자 데카르트조차 '신'의 존재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았던 것을 상기하면, 절대진리를 추구하는 철학적 입장에서 신의 개념에 의지하게 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웠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Commented by 깡지 at 2009/01/22 19:36
성유스티누스는 소크라테스를 일컬어 그리스도가 태어나기 이전의 그리스도인이라 칭했다죠. 아마 유스티누스는 이 다이몬은 성령의 소리쯤으로 생각했던것 같아요. 사실 이글 제가 정리하는 셈치고 막 휘갈겨 쓴 것이긴 한데.^^ 베배양이 읽었다고 생각하니 많이 부끄러워지는 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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