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1월 05일
여자의 마음은 갈대야
초등학교 1학년때니까 암튼, 아주 오래전 이야기이다.
나이에 비해 꽤나 성숙했었던지, 난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지 않아 어떤 얼굴이 하얀 남자애에게 꽂혔었다. 한마디로 첫눈에 반해 버린 것이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참 안쓰럽기 그지없지만, 그당시엔 어린 왕자님으로 보였으니까.
암튼 1년여간의 열열한 짝사랑을 끝으로 2학년이 되어서도 난 그 아이와 같은 반이 되길 바랬었다. 안타깝게도 그아이는 옆반이었고, 다른 반이 되고난 후에도 내 짝사랑은 끝이 나지 않았었다. 드디어 3학년. 오-하늘은 나를 버리지 않았어. 다행히도, 난 다시 그애랑 같은 반이 되었고, 기쁜 마음을 좀처럼 감출 수 없었다. 당시엔 남자아이들 때리기가 주특기인 말괄량이 꼬마 아가씨-톰보이...- 였지만, 그래도 그때나 지금이나 수줍어하는 성격은 어쩔수가 없어서- 좋아하는 내색은 전혀 못한 채 주구장창 -.-; 괴롭히기만 했었다.
그것도 나서서 그러진 못하고 남들 먹는 밥상에 숟가락 올리듯, 다른 애들이랑 장난을 치고 있으면 같이 동참하는 그런식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내가 좋아하던 그녀석과 친하던 한 남자애가 나에게 "야 너 박** 좋아하지?"하고 진지하게 물었더랬다.
난 태연한 얼굴로 "내가 그런애를 왜 좋아하냐?"하고 시치미를 뚝 떼어버렸는데, 그걸 옆에서 듣고 있던 그 당사자----- 그녀석이
"하-----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더니......." 이러고 돌아서는 것이 아닌가!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오는 그 어린 소녀보다도 더 암팡지고 잔망스러운 말이었다.
난..... 아직도 그때 그 꼬마의 얼굴을 잊지 못한다.
그 후로 그녀석은 나이와는 걸맞지 않게 "여자친구"라는 것이 생겼고, (초등학교 3학년 짜리가 멀 안다고 말이야!)
난 그들의 알콩달콩한 러브스토리를 들으면서 못내 마음을 아파했다.
이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나의 첫 사랑- 짝사랑으로 끝난-을 되돌아 생각해 보면
당시엔 사뭇 진지했었더랬다. 한밤에 앓는 열병도 그러하고, 곁눈질로 쳐다보는 아린 마음도 그러하다.
맞는것 같으면서도 겉으로는 아닌척 하는 것도 같다.
갈대같은 나의 마음도 같은듯 하다.
나이가 훌쩍 먹어버린 지금은 오히려 모든것이 더 복잡해졌다. 코가 시큰시큰한게 머리가 띵하다.
# by | 2009/01/05 17:05 | 연애시대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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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은 그냥 생각없이 행동하잖아요^^ 지금은 음........... 너무 생각이 많아서 걱정이에요.^^
그나저나 초딩3학년들이 진짜 저런 말을 했다는게 믿어지지 않습니다요.
참 어린것들이 잔망스지 않나요?- 저 소나기에 나오는 그 말 참 인상이 깊었는데.. 요즘에 어린애들은 더하더라구요. 초등학교 1학년들이 서로 커플링 주고받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