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러쉬

거리에 캐롤이 울려퍼지는 시점부터, 난 찾는 사람은 없어도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며 약속들을 만든다.
20일부터 매일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약속이다 모임을 만들다 보니,
금전적인 깨짐은 물론이고, 체력적으로도 바닥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홀로 조용하게 따듯한 곳에서 지내고 싶기도 하고, 연말을 가족들과 함께 편안히 보내고도 싶지만,
결국 선택은, 시끌시끌한 약속들이다. 만나는 장소가 어디이건, 연말엔 시끄럽기 마련이고, 어디를 가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휘황찬란한 불빛속에 혼자 있는 듯한 텅빈 마음은, 
값비싼 보석을 손에 넣었지만, 사랑은 얻지 못한 여자의 마음처럼 잘 채워지지가 않는다.
사람들과 웃고 떠들고 그렇게 지치도록 지내다 보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지만 귓가에 울리는건 텅빈 웃음소리이다. 
밀물처럼 가득 채워졌던 마음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버린 지금. 이 마음도 나쁘지만은 않다.
이젠 어린시절 호기처럼 즐겼던 외로움마저 나쁘지 않다.   

나를 매우 아끼시는 한 직장선배가 그렇게 말을 해 주었다.
"결혼을 하기 전엔 무언가 공허했어, 그런데 이젠 그렇지가 않아. 그렇게 마음을 채워주는 사람을 만나."

결혼이란 생각이 현실로 느껴질 때는 딱 두경우다. 친구들이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볼때와 주변에서 스트레스를 줄때.
옷한벌을 사도 수십번 고민하는 내게, 참 힘들다.

중국에 있는 그 아저씨는 -아저씨래봐야 2살 많지만.
나를 보러 또 나오신다고하신다.
또 어떻게 둘러대어야 하나.
"식빵"사건을 말씀드려야 하나. 아-피곤해. 면전에 대고 당신 별로에요 라고 할순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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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지 | 2008/12/30 13:19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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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베리배드씽 at 2008/12/31 11:45
흠 맞아요. 사람들 만나면 금전적인 깨짐이 있죠. 그래서 제가 먼저 사람들 만나자고 하기가 좀 꺼려져요. 학생 신분이다 보니. 원래 사람들 많이 만나는 거 별로 안좋아했는데 논문 준비하면서 학교 수업도 일년 간 듣지 않다 보니 외로움을 좀 많이 타게 되더군요. 연말에 잊었던 사람들, 잘 보지 못했던 얼굴 보는 건 나름대로 의미 있다고 생각.
결혼은, 전 아직까지 잘 모르겠어요. 결혼이란 영원한 '내 편'을 만드는 것이라잖아요. 그런 거 생각하면 하고 싶다가도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자신이 없어요.
Commented by 깡지 at 2009/01/03 21:03
저도 그래요. 영원한 내편이 있다는건 정말 행복한 일이에요. 가장 서러울때가 그거더라구요. 내편이라 믿었던 사람이 날 책망할때. 난 그냥 위로를 받고 싶었을 뿐인데.
저도 웃긴게요. 사람들 만나는건 별로 안좋아하면서 또 막상 혼자 있다보면 외로움도 느껴져요. 아이러니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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