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 아무런 기대 없이 토정비결을 보았었다.
다른해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좋다고 했다.
그런것을 믿지 않는 나지만, 한번쯤은 믿어 보고 싶었다.

모든것은 순조로운 듯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사. 람. 이. 살. 면. 서. 겪. 을. 법. 한.  모.든.고.통.을
한해동안 모두 겪고 있는 지금,
그래도... 살아가고 있다는게 신기하다.

병상에 누워지낸 몇주간은 오히려... 평화로웠다.
남들 다 하는 그저그런 달리기 하다 그만 넘어진것이 다인데, 오른쪽 발목의 인대는 완전하게 끊어져 버렸다.
너덜너덜해진 아킬레스건은 아주 약간의 육체적인 고통은 주었지만,
그로인해 오히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잠시나마 잠잠해졌고, 또 괴로움을 잊게 해 주었다.

이제 병원을 퇴원한지도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다리는 제정상을 못찾고 있다.
제정상을 못찾고 있는 다리보다 아픈건,
아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구나. 내가 너무 편하게만 살아왔구나. 라는 뼈아픈 가르침뿐.
아직도 욱신거리는 오른쪽다리를 보면 픽 하고 웃음이 난다.
그래도 사는구나. 살아지는구나.
격하게 눈물이 나도 시간이 지나면 배가 고프고,
힘이 너무 들면 잠이 오고,
그런게 인생인것 같다.

by 깡지 | 2009/11/05 21:21 | 트랙백 | 덧글(2)

closer- 사랑에 관한 냉소. 그리고 버릴수 없는 희망.

이 영화를 3번을 보았다.
3번을 보는 동안, 제대로 본 것이 이번 한번 뿐인듯 싶다.
이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본다는건, 아마도 이별을 앞둔 커플에게나 가능한 일일것이다. 사랑에 관한 달콤함도, 아련함도, 추억도 없다. 가장 냉소적이고, 가장 씁쓸하며, 그러면서도 사랑을 할 수 밖에 없는 가련한 인간에 관한, 그리고 진실은 이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이기적인 현대인의 사랑만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포스터에서 보여주듯, 사랑에 빠져있었것이 분명한 그들의 표정은 어느 누구도,  사랑에 빠져 있는것 같지 않다. 감정이 없는, 반쪽짜리 모습일 뿐.


무수히 많은 사람들 속에서 서로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댄과 알리스.
그 숱한 낯선 사람들 속에서 둘은 서로를 알아보고, 순간적인 사랑을 느낀다.
마치 운명처럼.
운명처럼 마주친 그들이 나눈 첫 인사는 "hello, stranger?"
영화의 제목과는 반대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그 사람은 바로 closer 가 아닌 stranger일 수밖에.
낯선 타인과의 시선속에 모둔것이 멈춘듯한 그 화면과 흘러나오는 음악에서 느껴지는 쓸쓸한
그러나 어쩔수 없는 사랑. 그들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우리는 흔히 운명같은 사랑을 믿는다. 생에 한번쯤 찾아오는 그 운명. 그 운명에 모든것을 맡기고 두려움도 없이 시작하는 알리스와 같은 그 사랑을.

I can't take my eyes off of you
I can't take my eyes off you

그러나 그 운명같은 사랑은 댄이 안나를 만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알리스의 삶을 소재로 한 소설을 써서 작가로 데뷔한 댄. 댄은 천사와도 같이 사랑스러운 알리스를 두고, 안나의 사진속에 얼굴을 최대한 가까이 들어오는 장면을 통해 암시하듯, 그녀의 삶 속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사랑에 관한 의무감은 잊은채, 순간적인 감정에 최대한 충실한 캐릭터인 댄. 그는 철이 덜 든 사춘기 소년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사랑은 순간의 선택일 뿐이야. 그걸 거부할 순간이 충분히 있었다고"라는 알리스의 말처럼, 댄에게도, 안나에게도 그것을 거부할 순간은 있었다. 그들이 거부하지 않았을 뿐.

And so it is
Just like you said it would be
Life goes easy on me
Most of the time
And so it is
The shorter story
No love, no glory
No hero in her sky


I can't take my eyes off of you
I can't take my eyes off you
I can't take my eyes off you
I can't take my eyes...

댄은, 알리스를 향한 마음이 사랑이라고 한다. 그리고 또 운명같은 사랑을 하게된 안나와의 사랑도 진심이라고 한다. 그 마음과 그 마음은 다른것이라고.......

의사라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직업"을 가진 래리. 사람을 살린다는 숭고한 직업을 가진, 사회적을 성공한 중산층이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의료행위가 인간을 치료한다는 목적보다는 돈벌이에 훌륭한 수단이기 때문에 하게 되는 뒤틀어진 군상들처럼 자신의 감정과 행동, 소유만이 중요하다. 래리에게 댄과의 사랑을 털어놓는 안나. 래리는 안나를 사랑하면서도, 안나의 배신에 마음아파 하면서도, 변하게 된 안나의 마음보다는 댄과 "잤느냐"는 사실이, 그리고 "어디서, 어떻게 어떤 체위로 잤느냐"는 사실이 훨씬 더 중요했다. 마음이 아팠다. 안나와 다시 시작하기로 한 댄 조차도, 이혼을 하기 위해, 래리를 측은하게 여겨 한순간 잠을 잔, "자신을 기만한" 안나를 용서하지 못했고, 그 사실을 캐물으면서 안나와 헤어지게 된다. 이혼녀였던 안나나, 스트리퍼였던 알리스나, 중요한건 자신을 만나고 있던 시점에서의 타인과의 성행위의 유무일뿐이다. 사랑에 관한 진실은 어디에도 없다. 래리에게 사랑은, 안나에 대한 육체적인 소유일 뿐이고, 그 집착에서 나오는 냉소적인 표정과 말은 볼때 마다 느낌이 새롭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안타까운 인물은 안나다. 크게 두드러지지도, 크게 부족하지도 않게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 줄리아 로버츠의 우울한 얼굴은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리를 아프게 하였다. 알리스가 있는 댄에게 마음을 열면 안된다는 강한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댄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리고 결국 댄에게 마음이 있으면서도, 결혼은 래리와 한다. 댄과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고 나서도, 자신의 몸에 끈질긴 집착을 보이는 래리와 자고, 또 그 일로 댄과 헤어진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어떠한 주관도 없이 겁에 질려 모든일을 끌려다닌다. 

그녀는 "stranger"를 찍는 사진작가다. 타인의 슬픔을 아름답게 사진에 담아낸다. 그러나 또 우리는 그 미화된 장면에 열광하는 사기극의 또 다른 관객들일 뿐이다. "closer"로 점프할 수 있는 사람도 역시 "낯선사람"일 뿐이고. 영화에서 시간이 점프하듯, 네 명의 사람들은 때때로 "stranger"- "closer" 사이를 점프한다. 한순간의 연인이 한순간의 타인이 되듯이. 


가장 생각없이- 자신의 행동에서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또 가장 감정에 충실한 캐릭터 댄. 안나가 떠나간 후에 괴로워하던 댄은  다시 알리스를 찾아가고, 댄을 받아들인 알리스에게 "래리와 잤느냐"는 사실을 캐묻다가 알리스 조차 떠나보내게 된다. "알콜중독자는 풍류를 즐겼다-고 쓰지"라던 댄. 객관적인 사실을 아름답게 미화하는 직업을 갖는 부고 담당기자였던 댄은, 왜....... 꼭 알 필요가 없는 진실을 그렇게 알고 싶어 했던걸까. 댄도, 래리도. 무엇을 위해서 과연. 

가장 진실해 보이는, 가장 희생자로 보이는 알리스. 사랑을 위해서 모든것을 버리고 댄과의 사랑을 시작했고, 댄과 안나의 관계를 알면서도 댄을 사랑햇고, 또 다시 댄과의 사랑이 힘들어진 순간 미국으로 돌아간 알리스... 그러나 엔딩장면에서 보여지듯, 댄을 사랑한건 제인존스 그녀 자신이 아니었고, 사랑의 배신에 괴로워하던 그녀도 그녀가 만들어낸 알리스 였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녀는 과연 댄을 진정으로 사랑한 것일까? 4년이라는 시간동안, 동화나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낭만적인, 희생적인 사랑을 했던 그녀는 과연? 사랑을 한것도 상처를 받은것도 그녀 자신은 아니었으므로.

누가 누구를 가장 사랑한것일까. 누가 누구를 진심으로 사랑한 걸까.  

흘러나오는 음악에서 말하듯-다른 사람을 사랑할때 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 다른 사랑을 하고, 또 선택을 하고, 또 아파할 것이다.
그리고 그 운명에 때론 괴로워하고 때론 행복해하겠지.

And so it is
Just like you said it should be
We'll both forget the breeze
Most of the time
And so it is
The colder water
The blower's daughter
The pupil in denial

I can't take my eyes off of you
I can't take my eyes off you
I can't take my eyes off of you
I can't take my eyes off you
I can't take my eyes off you
I can't take my eyes...

Did I say that I loathe you?
Did I say that I want to
Leave it all behind?

I can't take my mind off of you
I can't take my mind off you
I can't take my mind off of you
I can't take my mind off you
I can't take my mind off you
I can't take my mind...
My mind...my mind...
'Til I find somebody new

by 깡지 | 2009/08/22 21:35 | 트랙백 | 덧글(2)

너에게

너에게
-정호승


가을비 오는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 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

by 깡지 | 2009/06/22 23:15 | 트랙백

l'air de temp - 시향기(classic한것들~)

겨울동안 어딘가를 다녀올 일이 생겨서 짐을 싸다보니, 여름의 짐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양이 많은거다.
옷 몇벌만 넣어도 캐리어가 꽉찬것이 힘들다 생각이 들다가, 문득, 거울옆에 굴러다니는 향수들을 넣어보자는 생각이 들어 있는것을 죄다 끌어 모았다.  대학교 때는 시, 사랑, 그리고 향수에 미쳐 있었다. 나와 똑같은 성향의 친구를 만나서 향수를 사 모으고 그리고 차를 마시면서 우리 둘이 돈모아서 건물을 하나 사고, 1층에 펴퓸샵을 내고 2층에 카페를 하나 내서 같이 해보자고 농담처럼 말하곤 했다. 이젠 모........ 그런것엔 별 관심도 없어지고, 남은 것은 현실에 대한 고민.
그렇게 향수들을 고민하다 그냥 문득 시향기를 적어 보고 싶어졌다.

1. 레르뒤땅 l'air de temp
제일 처음에 좋아진? 향수. "레르뒤땅" 이렇게 읽힌다. 샤넬의 No.5와 함께 몇초마다 한병씩 팔리는 고전적인 향수니 아는 사람이 많겠지만, 의외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향수도 트렌드에 민감해서 요즘엔 그닥 찾는 사람들이 없는듯.
 ㅡ리스탈 병위에 사뿐히 올라앉은 두마리의 비둘기가 꼭 챙넓은 모자를 쓴 정숙한 여인의 실루엣으로 보이는건 내 착각인가? 레르뒤땅은 시간의 향기라는 뜻이다. 향수가 시간이 지나면서 향이 변화되는 것들이 있는데, 이건 정말 보송보송 샤워마친 후의 상ㅙ함이 담긴 비누향이다. 그리고 쭉 그 향기가 지속된다.  내가 꼽는 최고의 비누향. 젤 많이 샀던 향수다. 지금은 다 떨어졌지만, 있는 향수들에 치여 못사고 있는 향수. 사계절 내내 뿌려도 괜찮을 듯한 향수이다.

2. 5번가 (fifth avenue)
화려하고 부유한, 고급스러운 뉴욕 5번가의 느낌을 담았다는데 나에겐 오히려 신선한 라일락향같은 느낌이다. 뿌릴때마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깨끗한 소녀가 떠오른다. 그래서 난 이 향수를 청순한 첫사랑의 느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향이 텁텁하거나 강하지 않아서 퍼퓸인데도 자꾸 뿌리게 되는 안타까움이 있지만, 그래도 완소아이템중 하나.

3.쁘아종(poison)
포이즌의 프랑스식 발음이 쁘아종이란다. 불어를 배웠지만, 발로 배웠는지 어찌 불어는 할수 있는 문장이 하나는 되려나 몰라. 것도 쓸수는 없다 ㅋ 향이 상당히 독하지만, 그만큼 임팩트가 강하다. 검은 머리와 깊은 눈매를 한 도도한 여인이 떠오른다. 흰 얼굴에 빨간 입술. 뱀파이어 같은 치명적인 아름다움의 관능미가 함께 풍긴다. 그래서인지...이 향수를 뿌리고 가면 다들 한마디는 한다. 쫗아서인지 싫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나 향수 뿌렸어요" 확실하게 광고해주는 효과가 난다. 
땅뜨르 쁘아종, 이프노틱 쁘아종, 미드나잇쁘아종, 퓨어쁘와종 등 변종들이 아주 많이 나왔지만.. 나에게 이 쁘와종은 오리지널이 최고다. 

4. 미라클
미라클 -분홍색의 병과 이름에서 마법을 부릴듯한 그런 향수다. 퍼퓸이라 오래갈것 같은데 생각보다 지속력이 좋지는 않고, 진하고 독한 느낌이 아니어서 어느때나 상관없이 뿌린다. 장미향이라지만, 상쾌한 느낌이 강해서 신선한 초여름의 향기? 와 이른 새벽의 차가운 공기의 느낌을 갖는 향수다. 향수를 뿌리다보면 그사람의 체취와 섞여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향수들이 있는데 미라클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누가뿌려도, 언제 뿌려도 그 고유한 향이 지속된다. 그래도, 정말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뿌릴수 있을 듯한 세련된 향이다.

파우더리한 향
5. 옴브레 로즈(OMBRE ROSE)

 

예전에 출시되어 좋아하던 향수였는데 한동안 수입이 되지 않았다. 지금도 팔리고 있는것을 보면 예전것과 같은지 아닌지 헷갈린다. 장미향이라고 분류되지만, 장미향이 아닌, 완전한 파우더향이다. 이것도 꽤나 고전적인 느낌인데 어린시절 엄마의 화장대에서 놀다가 희미하게 느껴지는 엄마의 분향기- 이런 느낌이다. 나는 이 향수를 꽤나 좋아해서 구해보려고 무지 노력했었는데, 그러다 산 것이 "움브레 로즈 프레시" 근데 이건 정말 아니었다. 움브레로즈를 현대적으로 해석했다는데,  마릴린 몬로를 자청한 젊은 신세대 배우가  신비한 이미지는 없어진 채 천박한 색기만 남은 그런 느낌이다. 파우더리한 따듯함이 없이 그냥 화장품 냄새같다.
움브레로즈는 대신 파우더향이 아주 강한 편이라 오드 뚜왈렛이라고 해도 한방울이면 은은한 파우더 향이 온몸을 감싼다.  그러나 여름에 잘못 뿌리면 욕먹을 수 있다. 사알짝 베이비 파우더 향같은 느김도 난다.

6. 쁘띠에 마망
사실 파우더 향의 대표적인 향수가 된지 오래인데, 쁘띠에 마망은 말 그대로 엄마와 아기 모두뿌릴 수 있을만큼 자극없는 성분과 향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30ml밖에 안되는 조그만 병을 (것도 오드 뚜왈렛이다!--;) 5만원이란 거금을 주고 사게 되었는데, 
뚜왈렛 같지 않게 지속성이 정말 놀랍다. 어떤 다른 사람들은 향이 너무 쉽게 날라가서 뿌린지 안뿌린지 알 수 없다고 하는데, 난 이상하게 파우더리한 향을 뿌리면 아침에 쪼금 찍은 것이 저녁때까지 나게 되어 놀란 적이 많다. 베이비 파우더의 향인데, 아주 따스한 느낌이다. 움브레 로즈가 오묘하게 섞인 성인 여자의 화장품 분이라면 쁘띠에 마망은 아가들 목욕후에 발라주는 순백색의 보송보송한 파우더의 향이다. 그래도 이 향도 파우더리한 느낌이라 더운날 뿌리면 욕먹는다.

7. 쁘띠상봉
지방시의 쁘띠상봉은 파우더향이라고 되어 있지만, 파우더향보다는 레몬향이 더 강하다. 레몬향도 종류가 많은데, 톡 쏘는 레몬이 아니라, 밀크가 섞인 부드러운 레몬이랄까? 그렇지만, 제일 가볍다. 파우더리한 느낌은 첫향에서 살짝 후 베이스에서 살짝. 전체적인 바디의 느낌은 부드러운 레몬향. 아가가 먹어도 시다고 인상을 찌푸리지 않을 듯한 부드러운 레몬향이다. 흰색과 파스텔하늘색의 패키지도 참 예쁘다. 나이 먹은, 성숙한 아가씨가 뿌리기엔 좀 부담이 되지만, 10대의 소녀가 뿌려도 될 만큼 상큼한 향이다.

8. 베이비로즈진
베르사체의 진 시리즈는 요즘엔 인기도, 인지도도 없지만, 난 그 시리즈를 거의다 사용했을 만큼 상큼하다. 그중에 베이비 로즈진은 파우더 향이지만 향을 처음 맡는 순간, 아! 하고 탄성이 터진다. 어렸을 때 사탕가게에 들어갔던 기억이 있을까? 빨강, 노랑, 주홍, 색색의 사탕들이 뿜어내는 오묘한 달콤한 향기. 크리스마스날 즐겁고 들들 분위기에서 엄마손을 잡고 들어간 사탕가게에서의 달콤한 기억. 그 추억에서 느껴지는듯한 정말정말 달콤한 향기다. 파우더향은 아주아주아주 미묘하지만, 아주 살짝, 사탕에 뭍혀진 흰색의 슈거파우더. 

사실 이 글을 처음 쓴것은 1월이었는데, 3월이 되어도 다 완성을 못했다. 귀찮아서 사진도 다  패스하고.
요즘엔 향수도 선물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내돈 주고 내가 사지 않으니, 종류는 많지만, 애착의 정도는 조금 덜하다. (하긴 누구에게 받았느냐가 중요하긴 하겠지만. ^^;;) 너무 간만이라 부실한 블로그짓도 피곤하다. ^^ 
 

by 깡지 | 2009/03/14 13:33 | 트랙백 | 덧글(1)

합리성과 비합리성-다이모니온과 소크라테스

우리는 흔히 서양 문화를 이야기할때 그 근간으로서 히브리즘 문화-기독교적 세계관-과 헬레니즘 문화-그리스문화-로 상정하는데 별로 주저함이 없다. 기독교 문화는 종교적인 차원이기 때문에 비합리성이 특징이라면 헬레니즘 문화는 합리성을 특징으로 삼고 있고, 또 그 합리성을 대표하는 인물로 여러 자연철학자들과 더불어 소크라테스를 꼽는다. 그런데 이성철학을 대표하는 학자인 소크라테스가  누구보다도 비합리적인, 비이성적인 사고를 했다면 어떨까?


1. 진리 탐구의 도구로서의 다이모니온

얼마전 알게된 소크라테의 죽음과 다이모니온은 그런 점에서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어원상 살펴 보았을때 Daimon은 "전달자 신"을 뜻하며, -ion은 "그가 전한 것"을 뜻한다. 즉 다이모니온(Daimoion)이란 신과 인간사이의 전달적인 매개체 정도-신의 전언-로 해석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어렸을 때부터 이 다이모니온의 소리를 듣게 되었는데, 이것은 소크라테스가 무언가를 하지 말아야 할때 그의 행동을 제지하는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최고의 이성, 최고의 철학자의 행동에 밑바탕이 되는 것이 신의 소리라면 참으로 아이러니 할 수 밖에 없다. 다이모니온에 따르는 그의 모습은 그의 최후 독배를 마시는 과정에 매우 뚜렷하게 나타나 있다. 일반적으로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관련하여 국법에 복종/불복하는 그의 행동엔 모순점이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희랍의 문화를 이성철학으로 고착해 버린 상태에서 그의 다이모니온 조차 찰학적 사변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의 언행을 보면 그의 행동은 철학적이기 보다 종교적이다. 변론을 보면, 그는 "신이 저(= 소크라테스)로 하여금 아테네에 머물게 하였다"하였으며, "자신의 영혼(Psyche)이 최선의 상태가 되록 마음쓰도록" 하였다고 한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 그의 다이모니온은 유년시절 부터 나타난 것으로, 그가 철학을 하기 이전상태에서도 존재헸던 것이다.

한편 다이모니온이 양심의 소리라는 일부의 주장과는 달리,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있기 전 시실리 원전에 나가서는 안된다는 다이모니온이 있었다는 플루타르코스의 기록은 양심의 소리라기 보다는 예언을 하는 신의 소리라는 편이 더 설득적이다. 이는 아테네 법정에 소크라테스가  멜레토스에게 고발당한 내용을 보아도 명백해 진다. 멜레토스는 그가 아테네 기존의 신이 아닌, 다이몬이라는 새로운 신을 믿었다고 고발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 진리탐구의 도구로써 이성을 중시하는 소크라테스가 다이모니온이라는 것을 따르는 것은 모순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파이돈에서 말하듯 그 자신의 철학의 목표는 "신들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즉 철학을 통해 이르고자 한 것은 "신의 세계"이며, 이성보다 더 높은 차원의 진리에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2. 아테네 국법에 관한 소크라테스의 견해

소크라테스에게 사형판결이 내려졌다. (여담으로 아테네에서는 고발을 당하면 재판당일 죄의 유무를 가리게 되고 유죄판결이 나면 바로 그날 형량을 결정한다. 소크라테스가 고발당할 당시 그의 나이가 70이었기 때문에, 유죄판결이 난 직후에도 인간적인 선처를 요구한다거나, 부자인친구 크리톤의 도움으로 벌금을 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본인의 죄가 없음을 끝내 주장하였고, 그것이 배심원단의 심기를 건드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말이 있다. ) 굽히지 않고 죄가 없음을 주장하였던 소크라테스는, 크리톤을 비롯한 그의 친구들이 탈옥을 권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불합리하게 내려진 결정에 따르려고 하였다. 아테네 법률과 그 법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생각을 <크리톤>을 통해 알아보자.

크리톤의 후반부에서는 소크라테스와 의인화된 국법(아네네법)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아테네의 국법은 소크라테스가 70평생 아테네를 떠나지 않은 사실은 아테네의 법을 지키겠다고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사회계약론적으로 그가'악법도 지켜야한다'는 입장이 아니라, 아테네의 법률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정치를 할 수 있는 훌륭한 법이었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설령 탈옥하여 다른 나라로 간다고해도 훌륭한 대화들-소크라테스에게 찰학을 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을  접할 수 없기 때문에 아무 소용이 없다고 밝힌다. 즉 그가 지키고자 했던 법은 표현과 사상의 자유가 있는 아테네의 법이었지, 독재정과 같은 곳에서 행해지는 악법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궤변론적으로 들릴수 있으나, 좋은법이라도 그것을 행하는 인간들에 의해서는 옳지 못하게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3. 옳고 그름의 전문가

탈옥을 권유하는 크리톤에게 다수의 의견보다 중요한 것은 진리 그 자체이며, '옳고 그름의 전문가'의 말을 따라야 한다고 하였다.
부정한 짓을 하는것은 옳은가하는 너무나도 당연한 질문을 던지고 난 후, 그는 부정한 짓을 당하였다고 해서 앙갚음으로 부정한 짓을 해서도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옳고 그름의 전문가는 무엇일까? 앞서 미루어 보아 옳고그름의 전문가는 인간이 아니라 신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학자 블라스토스는 소크라테스가 신들에 관한 지식을 초이성과 이성이라는 전혀 다른 인식체계를 사용한다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맥퍼런의 말을 빌자면, 소크라테스의 다이모니온이란 이성과 전혀 다른 인식체계가 아니며, 이성을 이끌어 내는 근원이라고 하였다. 즉 이성이 다이모니온에 종속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변론과 크리톤에서 소크라테스의 언행에는 모순이 있다고 전통적 학자들 사이에서 여겨져 왔다. 변론에서는 신의 뜻을 따르겠다고 하여지만, 크리톤을 결과론적으로  해석하면 법을 따른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신의명령, 즉 다이모니온을 따른 것이다. 겉으로는 법을 따른 것이지만, 실제로는 법을 따르라는 다이모니온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철학은 아테네의 민주정 하에서만 가능한 일이었으며, 그러한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는 아테네의 민주정은 현실세계에 존재할 수 있는 최고의 법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법을 따르라는 신의 명에  따른 그의 행동은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겠다.

by 깡지 | 2009/01/21 22:35 | 뻘짓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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